기사 메일전송
납품 단가와 원자재 가격 연동 - 인쇄업계 굴곡진 관행에 한숨 - 원자재 가격 인상분 반영 필요 - 납품단가 조정제도 유명무실
  • 기사등록 2021-10-25 08:01:36
기사수정




중기중앙회에 협상권부여 대안


최근 급등하는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따라 납품단가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쇄산업과 포장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소한 원가상승분 만큼 납품단가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이다.

인쇄업체 중에서는 인쇄단가 현실화와 관련, 대부분이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최근 잉크와 종이가격 등 인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재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는 것은 물론 물류비용과 인건비, 각종 공과금과 세금 등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인데도 인쇄납품단가에 포함시킬수가 없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업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수주물량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오히려 경쟁이 심해져서 납품단가를 낮춰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성수동의 한 업체는 “요즘은 인쇄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주를 하기도 힘든데, 그나마 수주를 해도 제값받기가 힘들다”고 한다.

또 다른 영등포의 한 인쇄업체도 “인쇄물을 생산하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이를 인쇄물에 반영시키기는 힘들다. 그나마 있던 인쇄물도 없어질 것이 두려워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턱없이 낮은 납품단가 골머리


이런 사정은 포장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골판지 포장용 상자를 납품하는 한 업체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택배가 증가해 공급물량이 지난해와 올해에 많이 늘었지만 정작 큰 웃음을 웃을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난해 골판지 생산과 공급이 늘었지만 골판지에 들어가는 ‘원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제조원가는 상승했지만 이를 납품대금에 반영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체는 납품단가에 소폭 인상분이 반영됐지만 그 비율이 턱없이 낮아서 영업이익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하소연 한다.

다른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거래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섣부르게 나서서 납품단가를 조정해 달라고 하여 거래 자체를 단절당하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를 유지하며 고정 물량을 소화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납품단가 자동 연동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납품단가를 매뉴얼로 만들어서 공개적으로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그 구간에 따라 납품단가도 비슷한 비율로 상승시켜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만년 을인 중소기업 등 납품기업들이 갑인 대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개별적으로 요청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일례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갑을 거래관계에서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현정부가 납품대금 조정 제도를 중소기업중앙회에 만들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과 납품 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지난 4월 시행됐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직접 납품대금 조정을 요구하기 힘든 거래 현실을 반영, 중소기업을 대신해 대기업과 협상하는 주체를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중기중앙회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원자재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 신청 사례는 한건도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중기중앙회에 직접 대금 조정을 신청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신원 노출에 따른 대기업과의 거래 단절 우려 때문에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대금 조정을 신청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437개 중소기업들도 주요 이유로 ‘위탁기업(대기업)과 원만한 거래관계 유지’(65.7%)와 ‘거래단절 우려’(27.0%)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다수 대기업에 납품하는 일부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면 거래 업체별로 일일이 대금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증이다.

자동연동제를 주장하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것이 어렵다면 개별 기업이 아닌 협회에 권한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개별 중소기업의 신청 없이도 중기중앙회나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자체적으로 대금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업계 전반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만큼 협회가 나서서 일괄적으로 협상하고 타결하면 된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부터 모범 보여야


이에 앞서 정부부처나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물량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포함시켜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분야에서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korpin.com/news/view.php?idx=1319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사이드배너_06 microsoft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