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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인쇄물도 씨가 말랐다…영역 침식 방지 - 조기 퇴근이 일상이다 - 양극화 넘어 생존투쟁 - 시장에서 인쇄물 줄면
  • 기사등록 2023-06-26 19: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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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에서 늘려야

자체발간실 폐지 촉구

인쇄물 제 값은 생명줄


인쇄물이 갈수록 사라져서 곳곳에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하청 인쇄물이 대폭 줄어들어 인쇄기 돌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업체도 덩달아 조기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충무로 인쇄 집적지 등 인쇄업종 밀집지역을 방문하면 이런 현상을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평일 오후가 되면 인쇄기를 돌리는 업체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한 인쇄업체는 아직 퇴근 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서둘러 인쇄공장을 정리하고 환복한 뒤 조기퇴근을 하고 있다. 옆에 식당의 사장님이 “왜 이렇게 빨리 가시냐? 요즘 일거리가 없냐”고 물어보자, “좀 한산하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다른 인쇄업체 직원들도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장과 주변을 정리하며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업체 사장은 “요즘 일거리가 별로 없어서 일찍 작업이 끝난다”며 “인쇄물이 씨가 말라서 큰일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분주하게 물건을 싣고 오가는 오토바이의 굉음도 많이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인쇄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업체들은 기계를 가동하지만 대부분 일찍 정리하고 납품을 준비하는 업체가 많다. 


원청이 튼튼하면 기계는 돌아간다


대기업 등과 오랫동안 거래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 온 업체들, 즉 원청에서 인쇄물 주문이 들어오는 업체들은 그나마 기계를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돈독한 신뢰관계가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경기불황과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인쇄업계 불황이 계속되고, 이로 인한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자본력이 받쳐주는 대기업 등 탄탄한 거래처와 인쇄물을 가진 업체 위주로 살아남는 반갑지 않은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기존 양극화를 넘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영등포에서 인쇄업을 오랫동안 해 온 경영인도 “요즘은 원청은 그런대로 인쇄물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은데 하청인쇄물은 씨가 마를 정도로 사라졌다”면서 “원청과 하청이 적절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갈수록 이런 구조가 깨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전국을 돌며 인쇄 기계와 부자재를 판매하는 한 회사 경영인도 수도권은 그나마 큰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으니 나은 편이라며 지방은 생각보다 심각할 정도로 인쇄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쇄물 제값받기 등 돌파구 이제는 실천하자


이처럼 시장에서 인쇄물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생태계가 조성이 된다면 공공으로 눈길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인쇄산업계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지자체 등 자체발간실의 축소, 공공기관 인쇄물 기준요금제 적용, 인쇄물 공공구매제도 활성화,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 개선 제안 등을 강력 추진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겠다.

특히 공공기관 인쇄물 기준요금제 적용은 시급한 과제다. 이미 지난해 조달청과 EBS가 터무니없는 인쇄가격 책정으로 입찰에 나섰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조달청이 공고한 국회 제출 결산보고서 제작사업은 응찰자가 전무해 2차례나 유찰됐다. 당초 2억 원대였던 사업금액을 3000만 원 올린 뒤에야 겨우 입찰자를 찾는 일도 있었다. 

EBS 교재도 지난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발주하면서 원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인쇄사들이 입찰을 포기, 결국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찾아 교재를 제작했다. 이처럼 공공조달 인쇄물 계약에서 유찰이 되풀이되는 것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입찰 구조 영향이 크다. 

제조원가와 물류비용 등이 지속해서 오르는데 여전히 과거에 단가표를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고집하는데서 나온 해프닝이다. 정부에서 시장을 무시하고 자기들 고집대로 몽니를 부리며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물가 상승을 반영한 현실적인 입찰가를 확정해야 한다.

최근 인쇄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와 새로운 인쇄기준요금 마련에 나섰다. 인쇄인들이 이를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도 시장질서를 무시하는 터무니 없는 인쇄가격 책정의 구태를 벗어나 제값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자체 발간실은 세금도둑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서 등을 발간하는 자체 발간실은 경비축소를 통한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세금 먹는 도둑으로 변모했다는 비판이다. 가격이 수십억에 달하는 인쇄기계를 구입하고 전담공무원이 상주하는 등 대형인쇄기업화되면서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의 발간실은 평균 직원수 및 보유장비 기준, 자체발간실이 일반 인쇄중소기업의 규모보다 크게 운영되고 있고 보유하고 있는 인쇄장비도 인쇄기업 평균보유대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자체발간실 운영을 위해 매년 수십억씩 소요되는 인건비와 인쇄장비구입비, 발간실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지출됨에 따라 자체발간실 운영이 오히려 세수낭비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인쇄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이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때문에 인쇄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역경제를 살리고 효율적인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광역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자체발간실을 조속히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도 이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자체발간실을 고집하지 말고 시장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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