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와 포장산업이 계속되는 암흑의 터널을 묵묵히 통과하고 있다. 9월 들자 전통적인 성수기철을 맞아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국내외 경기가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인쇄산업과 포장산업은 경기가 좋아야 비로소 그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후방 연관효과 산업이기에 경기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선에서 업계를 경영하는 대표들은 경제,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과 지속되는 저성장 기조에 막혀 뚜렷한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시점이다. 

여기에 더해서 장기간 고금리가 지속되어 인쇄와 포장산업은 금융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자금 현황 및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위기는 심각하다. 인쇄산업과 포장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소공인에 속해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현재 자금 사정이 지난해와 비교해 비슷(54%)하거나 곤란(28%)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거나 같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51.7%였으며, 기준금리가 2%포인트 더 오르게 된다면 46.1% 기업에서 연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물가 반등, 국제유가 상승세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다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 등이 예정되어 있어 또 다른 악재가 될까 우려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가 반등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 재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당장 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인쇄산업과 포장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원부자재 가격이 압박을 받고 물류비용도 증가하는 등 각종 비용이 늘어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지만, 물가상승세의 기조적인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에 비해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은 전달의 2.3%보다 1.1%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00년 9월의 1.1%포인트 이후 최대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둔화세를 보이며 7월에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다시 3%대로 상승한 것이다.

미국 9월 금리 ‘촉각’…전기요금 인상은 부담

우리나라 추가 금리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는 다행이도 9월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는 19~20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추가로 올릴지, 특히 점도표는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가고 있다.

이런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고통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고되고 있어 4고의 고통에 인쇄인과 포장인들이 내몰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지난 7일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신청한 일반용(갑) 7000여호의 평균요금은 70만179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이 주로 사용하는 일반용(갑) 저압 고객의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은 30만8710원이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일반용(갑) 저압은 세 차례에 걸쳐 kWh당 28.5원 인상된 바 있다.

이 같은 공공요금의 인상은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온갖 문제들이 경영에 압박을 가하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어려움이 가중되자 인쇄와 포장업계는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4고와 다중채무 등으로 복합위기에 빠진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