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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30 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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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단체 수의 계약이 존재할 시절에는 조달청에서 인쇄물 가격표를 만들어서 정부 기관부터 이를 실천했다. 조달청 인쇄물 가격표는 상징성을 가졌고 수요처에 제시되는 기준이 됐다. 그래서 모두가 존중하고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고 자유무역협정(FTA)가 활성화되면서 수출로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입지와 위상으로 인해 단체 수의계약 제도는 폐지되고, 조달청 인쇄 가격표도 더 이상 발표가 되지 않았다.

정부 조달 시장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였고, 자율성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 인쇄업계는 잘 적응을 못해왔고, 오늘날까지도 인쇄물 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인쇄용지 값도 매년 오르고, 잉크와 필름 값 등 원자재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도 이를 원가에 제대로 반영치 못하다 보니 인쇄업계는 20년 전 가격보다도 못하다, 30년 전 가격보다도 못하다는 말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쇄물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종이 인쇄의 감소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버티거나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가격 인상은 쉽게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잠재적인 불합리한 여건들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가격표 명찰을 달기 위한 불가피한 현상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스스로 가격표를 만들어서 물가 정보에 싣는다거나 가격 질서 지키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으나 좀처럼 가격을 현실화하기에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생존에 관계되고 생명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강요하거나 비난하기에도 매우 조심스러운 게 현장 바닥 민심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이런 난관들을 짚고 넘어가야 가격 질서가 투명해지고 보다 선명해진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공감을 한다는 것은 공유를 하겠다는 뜻도 된다. 공감하고 공유를 하면 반드시 지키겠다는 책임의식도 있다. 이런 책임 의식들이 인쇄업계 전체로 퍼져 나가서 하나의 상징성이 되거나 강한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인쇄 법규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도 봐야 한다.

인쇄 법규가 꼭 법의 통제 하에 있기보다 자율적이고 현실적인 거래 질서 속에 모두가 존경하고 따르는 살아있는 교본이 된다면 굳이 법 이전에 상생의 지침서가 될 수 있다. 현재는 메마른 인쇄업계에 상생의 물줄기가 대지를 촉촉이 적셔놔야 한다. 그래야 생명체의 강한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것이다.

인쇄기를 돌리는 현실도 중요하지만, 인쇄라는 영토에서 같은 밥을 먹고 있는 동지애, 동질성은 인쇄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인쇄인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브랜드가 제고되면 인쇄물 가격 질서는 스스로 정립되고 지켜지리라고 단언된다. 호랑이는 죽어도 풀은 뜯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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