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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단가 현실화는 인쇄인의 생명줄이다 - 인쇄물 정가제 시행 외에는 답 없다 - 인쇄물 단가 후려치기 만연 - 시장 흐리고 모두가 공멸로
  • 기사등록 2024-02-26 1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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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인쇄생태계 조성 첫 걸음

인쇄인 스스로 밥그릇 보존


“어느 모 인쇄기업에서 상식이하의 저가에 낙찰을 받아서 의아하다. 인쇄업계에서 수십년을 보내왔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 가격에 수주를 해서 과연 남는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에 (하청을) 주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을 받는지”

최근 수도권의 한 인쇄업체 경영인이 인쇄물 낙찰 가격을 두고 한 말이다. 경기에 민감한 인쇄산업의 특성상 침체가 짙어질수록 시장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터무니  없는 인쇄물 단가 후려치기를 스스로 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을 한다. 

나아가 인쇄물 제값받기가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인쇄물 단가 현실화가 맞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온다. 그동안 종이가격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인건비, 각종 공과금, 물류비 등은 상승했지만 인쇄물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답보했거니 심지어 뒷걸음질 쳤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쇄물 제값받기에 인쇄관련 협회와 조합이 노력해 왔다.


연합회와 인쇄조합 등 발 벗고 나서


앞서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2022년 12월 19일 동반성장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인쇄물 적정가격 산출 연구용역’ 결과물 보고회를 가졌다. 용역기관인 한울회계법인의 결과보고에 이어 참석한 인쇄인들은 ‘표준인쇄기준원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선정된 인쇄물 적정가격은 각 인쇄조합을 통해 인쇄인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역의 각 인쇄조합은 조합원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에 이어 규모를 자랑하는 대구경북인쇄조합은 “현재 우리 인쇄업계는 내수경기의 장기적 불황 등으로 수주량의 감소와 과다경쟁의 심화로 인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달 인쇄 기준요금은 2005년 3월 이후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라며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인쇄인은 단합된 자세를 갖고 서로 동업자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인쇄물 가격 제값받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인쇄물 적정가격이 월간 ‘물가자료’에 지난해 10월호부터 게재됐다. 매월 게재되는 이 가격은 인쇄물 수요처의 원가산정 및 예산편성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현실을 반영한 인쇄물 가격이 가능하다.


건전한 인쇄 생태계 조성 위해 필수


인쇄물이 현실을 반영해 제 가격을 받는 것은 당장 인쇄업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나아가 건전한 인쇄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사실 인쇄산업은 수주산업이기에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가 깨지게 되면 비방과 협잡만 난무하고 이른바 인쇄 브로커들이 설치게 된다.

정해진 기준이 없으면 이들에 의해서 인쇄물 가격이 들쭉날쭉하게 되고 웩더독(Wag the Dog,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것) 현상이 발생해 질서가 무너진다. 

굳이 이들이 아니더라도 인쇄업체 스스로가 이런 역할을 하면서 질서가 무너지고 상호 불신과 투전만 남게 된다.

일례로 과거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있을 때는 지금보다는 적정한 가격을 인정받았다. 2005년 마련된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돌연 2011년 폐지됐다. 문제는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폐지된 이후에도 정부 기관에서 2005년의 기준을 근거로 예정 가격을 결정하거나,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단순 인건비만 비교해도 2005년의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3100원이었다. 올해는 시간급이 9,860원이다. 세 배가 넘게 뛴 것이다. 여기에 종이 등 재료비와 임대료, 운송비, 심지어 전기요금 등 공과금도 상당히 많이 상승했다. 하지만 인쇄가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줄어드는 비상식적이고 비경제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첫번째 생존 조건으로 인쇄물 단가 현실화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인쇄인들 스스로 밥그릇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쇄산업은 시원하게 정책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인쇄산업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출판산업은 정부정책으로부터 지원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대표적으로 출판문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있지만 인쇄산업은 야심차게 출발한 인쇄진흥재단이 결국 재단법인에 그쳤다.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지만 인쇄산업은 기금모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례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체부는 당초 출협에 배정되던 올해 국내외도서전 관련 예산 총 22억8000만원 중 10억원의 해외도서전 주빈국관 운영 예산과 한국도서 해외전파 사업 예산 6000만원을 출판산업진흥원에 배정했다. 

인쇄산업과 온도차가 확연한 실정이다. 이처럼 정부정책에서 소외된 인쇄산업은 인쇄인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 철저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여러 개별 공정 간 연계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제작하는 인쇄업의 특성상, 조달 단가의 하락은 인쇄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조달 시장의 단가가 민간 시장의 단가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를 기준으로 단가 경쟁이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인쇄물 정가제는 생존에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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