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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상자의 ‘눈물’ - 대기업은 원지에서 상자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 공격 - 원지값 상승해도 상자값 제자리 …중소업체 ‘고사 직전’
  • 기사등록 2017-08-23 15: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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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조사요청해도 “부당염매 자료 없다”며 퇴짜


골판지 제조업체 고사 직전


농산품과 공산품의 포장용으로 사용되는 골판지 원단(판지)과 상자 제조업체들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려 아우성이다. 

대기업 제지회사들이 공급하는 원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50%가량이나 올랐는데도 원단과 상자 가격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지회사들이 계열사 등을 통해 원단과 상자의 수급과 가격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시장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25일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골판지조합)과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골판지조합 등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제지회사 10여 곳이 생산하는 골판지 원지 공급가격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에 걸쳐 각각 약 30%, 15~20%씩 인상됐다. 

원료인 펄프 수입가격과 폐지 가격의 급등세를 반영해 제지회사들이 공급가를 조정한 결과이다. 

골판지 원료는 중국 제지업계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시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폐지는 6월 수도권 수거가격 기준으로 1㎏당 137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9%나 올랐다. 제지회사의 골판지 제조원가에서 원료비 비중을 고려하면 40% 안팎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골판지의 최종 제품인 상자 가격은 상승 폭이 반영되지 않다는 데 있다. 


가격 결정권에서 제외된 

영세 중소업체


골판지의 단계별 생산 흐름은, 대기업 위주의 제지회사들이 폐지나 수입펄프를 원료로 골심지와 이면지 등으로 구성된 원지를 생산해 공급하면 이로써 원단을 만들고, 수요 업체 주문에 따라 상자로 가공 생산한다. 

가격은 각 제품유형별 생산·공급 단계마다 원재료 가격에다 가공비와 수송비, 그리고 적정 마진까지 붙는다. 

원지를 생산하는 대형 제지회사들에게는 이런 원칙이 통한다. 

그러나 원단이나 상자를 전문으로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원지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판로가 끊길 수 있어 타격을 받는다. 

김진무 골판지조합 전무는 “국내 설비가 약 30% 과잉인데다 제지회사들이 상자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된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규모가 영세한 전문업체들은 가격 결정권이 전혀 없다”며 “몇개월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이 반영되더라도 마진 축소로 경영난이 누적되면 파산을 피할 수 없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경기 안산의 한 골판지 상자 전문업체 대표가 적자 누적으로 파산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소 골판지업체들은 파산 위기의 원인을 대기업 제지회사들의 제품공급부터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기형적 시장구조와 불공정행위에서 찾고 있다. 김진무 전무는 “제지회사들은 골판지 제품을 생산하는 계열사나 관계사의 적자가 누적되더라도 증자나 채무보증 등으로 지원하고 파산한 중소업체들은 인수합병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면, 신대양제지는 원지 생산과 공급은 물론 판지 생산 계열사 두곳과 대영포장, 대영판지 등 상자 제조업체 4곳을 거느리고 있다.

골판지조합은 대기업 제지회사들의 적자 계열사 지원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염매행위’라며 공정위에 예비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조원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판지는 일반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중간재이다. 비록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소비자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골판지 상자 가격은 경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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