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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시행 한 달… 걱정하는 삶 - 납기일 맞추기 힘들다 호소 - 줄어든 월급에 겸직도 고려 - 경영인들 고된 삶으로 보내
  • 기사등록 2021-08-23 14: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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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방적으로 5~50인이 근무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지 한 달가량 지나면서 인쇄산업과 포장산업 등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납품기일을 맞추는 것이다.

인쇄산업과 포장산업 등은 수주산업이다 보니 납품기일이 매우 중요하다. 납품을 제 때 해야 상호간에 믿음이 생기고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수주물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납품일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에 인쇄물을 맡길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경영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성수동의 한 업체는 “납품 물량과 일정을 맞춰야 하는 인쇄산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기일을 맞추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이된다”며 “납품계약 기간을 어기는 등 손실이 한두 번 발생하게 된다면 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만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근로자를 충원할 형편도 아니다. 최저임금이 갈수록 오르고 있고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일하는 직원들도 잔업과 특근 등이 줄어들면서 실재임금이 줄어들어 이직을 하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고민이다.

영등포의 한 업체는 “그동안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통해 기본임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갔지만 (주52시간제 시행으로)이제는 이마저도 어려워져서 타 직종으로 이탈하려는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숨 내쉬었다.

그렇다고 당장 급여를 올려줄 형편도 아니다. 불황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임금마저 올리게 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직원들도 피해자… 겸직도 고려


직원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장 손에 쥐는 급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근로자가 기존의 법정 근로 시간대로 일했다면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8720원 기준으로 주 28시간의 연장·휴일 근로에 대해 1.5배의 가산 수당을 받아 총 286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단 야간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은 계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 52시간으로 법정 근로 시간이 축소되면서 최대 주 12시간까지만 연장·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월급은 약 202만원으로 줄어든다. 근로자 입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80만원 넘는 돈을 벌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여가 줄어든 직원들은 겸직도 생각하고 있어 노동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성수동의 한 업체 직원은 “주52시간 시행 이후 개인 시간이 늘어난 것에 기쁘기도 했지만 잔업을 하지 못해 가계의 고정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크게 감소한 수입으로 다른 겸업할 일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회사의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고용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업무능률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종 기계를 많이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생긴다. 코로나19에 경기침체, 경영환경 악화, 정부의 정책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삼중, 사중고를 겪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야


정부에서 국내 산업계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이다 보니 불만이 폭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시행됐기에 더욱 더 파장이 컸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더 큰 경제적 위기에 내몰렸다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현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따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들은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되고 기간 내 시정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하며 주52시간제를 일방통행식으로 시행했지만 정작 현장 기업들과 근로자들은 저녁에도 만만치 않은 삶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주52시간 시행인지, 정부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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