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제지는 친환경 바람 잡고 먹거리 영토 넓혀 - 친환경 포장재 개발 - 사업 다각화도 모색 - 채산성 확보가 관건
  • 기사등록 2023-05-29 20:06:47
기사수정



제지업계가 지난해 호실적을 냈지만 올해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해 하반기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던 한솔제지가 올해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가운데 특수용지 수출이 늘고 펄프 가격이 오른 점이 성장 요인이었는데 올해 이 호재들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솔은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포장 수요가 줄어 산업용지 매출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감열지 등 특수지 사업도 원재료인 펄프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판매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둔화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고점 대비 하락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솔제지의 수출 비중은 절반가량으로,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실적이 상승했다.

지난해 말 폭설로 장항공장 지붕이 무너져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멈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장항공장은 한솔제지 핵심 공장 중 한 곳으로 연간 생산량은 60만톤(t)에 달한다. 주로 인쇄용지와 특수용지 등을 생산한다. 멈춘 생산라인은 6월쯤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림P&P에 대한 실적 전망도 낮아졌다. 교보증권은 리포트에서 무림P&P의 올해 실적은 매출 7266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으로 전망했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로 인쇄용지가격 및 펄프가격 조정에 따른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외부요인에 의해 제지업체들의 실적 편차가 심해지자 업계에서는 미래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을 생산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유통사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제지업을 넘어 사업 다각화 행보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친환경 제품 개발 가속...채산성은 미지수


제지업계가 친환경 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채산성 확보는 미지수다. 제지업계는 환경오염 물질로 지목됐던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여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보폭을 맞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포장재·물티슈 등의 제품을 세분화해 다양화하고 있다. 

 먼저 유한킴벌리는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한 제품, 플라스틱 프리 원단을 적용한 종이 물티슈, 일정 실험조건에서 생분해되는 생리대 등 친환경 제품 라인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솔제지는 재생펄프와 감귤, 알로에 껍질을 활용한 친환경 재생 용지, 기존 플라스틱이나 비닐,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연포장재 프로테고, PE-프리 코팅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용기 테라바스, 나무에서 유래한 천연 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 듀라클,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물티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무림페이퍼는 비닐 에어캡을 대체할 고강도 종이 완충재를 선보여 지난해 포장 기술 관련 세계 최고 권위상인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World Packaging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작인 ‘네오포레’ 완충재는 쿠션 형태의 종이에 공기를 주입해 완충 작용을 하도록 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10킬로그램(kg)까지 견딜 수 있다.

깨끗한나라는 자원순환 포장재와 친환경 제지 브랜드 ‘N2N(Nature to Nature)’을 출시하고 친환경 화장지, 친환경 물티슈, 친환경 여성용품 등을 선보였다. N2N은 내수용 지종에 대한 친환경 브랜드로, 원재료의 98% 이상이 재활용 종이자원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친환경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려면 여러 가지 한계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먼저 제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재활용에 방점을 두다보니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제지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또 기존 제품보다 원재료 값이 조금 더 높은 친환경 소재의 비용을 효율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가격 차이가 크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확대해 나가려면 비용 효율화를 통해 가격을 안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소재 연구 등을 위해 연구 투자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대비 매출이 나오지 않는 등 채산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과제다.


새 원료 개발에도 속도전


종이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 원료 개발에도 한창이다. 무림은 지난해 나무를 원료로 한 신소재 ‘나노셀룰로스’를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한솔제지도 2019년 9월 폴리우레탄(PUD) 제조업체 ㈜티앤엘에 나노셀룰로스를 공급했으며, 제품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노셀룰로스는 나무의 주 성분인 셀룰로스를 10억분의 1로 쪼갠 물질이다. 펄프 생산 과정에서 추출되는데 무게는 가볍지만 내구성은 철보다 5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식품, 화장품 포장재와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인다. 다만 대규모 양산을 위해선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업계는 국내 기업 간의 경쟁보다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나노셀룰로스 산업은 일본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일찍이 나노셀룰로스를 미래 소재로 지정하고 기업과 협력해 산업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내는 소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목재섬유보다는 바이오 플라스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제지기업들이 플라스틱 대체재로서의 종이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각개전투가 아니라 정부 주도의 소재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


제지업을 넘어 사업을 다각화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제지업은 그 특성상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 가격과 운송비, 환율 등에 따라 실적에도 큰 변동이 생기는 양상을 보인다. 때문에 제지업의 비(非)제지업으로의 사업 다각화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솔제지이다. 한솔제지는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회사인 대보마그네틱 인수를 추진했으나 매각 철회를 하면서 일단 쉬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한솔제지는 포장재 전문 스타트업 ‘리우’의 시리즈A 투자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리우는 B2B(기업 간 거래) 포장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장 자재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솔제지는 지난 4월엔 식품포장용기 제조기업 성우엔비테크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korpin.com/news/view.php?idx=1418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