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학회(회장 김진두)는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학지사 마인드월드빌딩 2층 대회의실에서 'AI와 출판 IP비즈니 스'를 주제로 제25차 출판정책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 발제자와 참석자들은 새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AI+X 국가전략’과 2025년까지 초거대 GPU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AI 도입은 이제 출판계 에서도 필수화됐다는 문제의식을 모두 공유했다.
AI는 문화산업의 핵심 인프라
개회사에서 김진두 회장은 “AI는 이제 출판을 포함한 모든 문화산업의 핵심인프라”라며“정부-산업-학계가 함께 실행 로드맵을 짜야 할 시점” 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발표와 토론은 ‘AI 기술이 바꿔놓은 제작현장’, ‘저작권과 법제의 공 백’, ‘웹소설 IP의 글로벌확장 ’, ‘출판사의 조직적 대응’이라는 네 갈래로 흘러갔다.
할루시네이션과 저작권은 화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수정 창비 마케팅 부팀장은 'AI가 출판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AI 기술, 그 중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이 출판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그 전망을 다양한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가능성과 잠재적 문제점에 대해 논했다. 또한 "속도와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은 획기적인 효율화과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AI가 던지는 ‘그럴듯한 거짓말(할루시네이션)'과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인프라와 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AI 기본법 시행 내년부터 가동
두 번째 연단에선 권안젤라 한국저작권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초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내년 1월 22일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법 제31조가 생성형 AI 결과물에 표시 의무를 부과한다”며“출판사는 AI가 작업한 표지와 삽화, 텍스트를 어디까지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 내부지침을 서둘러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습데이터면 책 범위와 창작자 보상체계가 시행령 단계에서 반드시 구체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웹소설 생태계는 'Start 미디어’
세 번째 발표자인 웹소설 작가 이홍은 웹소설 생태계를 명명했다. 그는『전지적 독자 시점』과『나 혼자만 레벨업 』이 국내플랫폼에서 검증된 뒤 게임·드라마·굿즈로 확장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실시간독자 피드백과 회귀·빙의 같은 하이컨셉이 글로벌 OTT에 매력적인 스토리 원천을 제공한다” 고 분석했다. 또 국가 GPU 인프라가 번역·교정 SaaS로 웹 소설시장에 개방되면 수출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tart와 End 미디어 경쟁력이 중요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안은지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출판사를 ‘Start 미디어’와‘End 미디어’라는 두 얼굴로 구분했다. 고즈넉이 엔티나 안전가옥처럼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화를 전제로 IP를 설계하는 곳은 전자, 드라 마 대본집이나 영화각본집처럼 이미 히트한 외부IP를 책으로 고정해 팬덤의 정서를 아카이빙하는 방식은 후자다. 그는 “Start형이든 End형이든 전담 IP 조직과 북펀딩 ·전자책 선출간 같은 테스트 베드가 없으면 AI시대 경쟁에서 뒤처질 것 ”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와 산학 연계 저작권 보호 시급
종합 토론에서는 세 가지 정책 과제가 특히 주목 받았다. 첫째, 국가 AI 컴퓨팅 센터의 GPU 자원 가운데 일정비율을 번역·교정 전용풀로 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둘째, 정부가 저작권료를 일괄 보상해 공공도서 말 뭉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셋째, AI 생성물 표시·저작권 분배를 담은 민관 표준계약서와 워터마크 지침을 올해 안에 마련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들 사안은 아직 합의된 공식안건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추진 주체와 세부방식만 정리되면 정부-산업계-학계 공동 프로젝트로 옮겨갈 수 있다”는데 뜻을 모았다.
AI×출판 가이드 정부와 로드맵 논의
폐회사에서 김진두 회장은 “AI와 IP는 출판의 엔진과 연료”라고 강조하며“학회는 10월 정기학술대회에서 AI 기본법 시행령(안)에 대한 출판계 공동의견과‘AI×출판 테스트 베드’가이드를 공개해 정부와 실행 로드맵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과감한 AI 투자구상과 출판계의 실행의지가 맞물려, 한국 출판산업이 텍스트 제조업을 넘어 융합IP 허브로 도약할 전기를 맞고 있다는 현장의 공감대가 확인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