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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계 대안, ICT 기술 발달 비례 종이 감소
  • 기사등록 2016-0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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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 신문에서 영장전담 판사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 기사가 있었다. 오전 7시가 되기 이전 새벽녘에 출근해서 새벽 1∼2시경에야 퇴근하는 주인공의 일정은 하루 온종일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종이서류를 일일이 읽고 해당 사건의 피의자에게 영장을 청구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국회는 매년 9월부터 정기국회 일정에 돌입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각 산하 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때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이 역시 산더미의 서류뭉치를 앞에 둔 국회의원의 모습이다.


지난 2014년 정기국회 국감 기간 동안 쓰인 종이 인쇄물의 비용이 약 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북이 쌓인 종이인쇄 자료들을 제대로 보지 않고 국감이 종료되고 이러한 종이 인쇄물 대부분은 국감 종료 후 폐기된다. 지나친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몇 년 전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기업이 문서 유통에 소비하는 비용은 전체 연 매출의 1~3%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법적 보존 연한이 있는 종이 발생량은 연간 95억장이며 이러한 종이문서에 대한 관리비용이 연간 무려 25조원에 달한다. 대략 약 200억장의 종이 소비로 약 40만톤의 탄소 배출이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



버려지는 영수증 낭비 심각


인류 역사 최대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종이는 이제 환경파괴의 주범 같이 취급되기도 한다. 편의점이나 식당, 대형매장 등에서 카드 영수증을 발행해 손님들에게 준다.

하지만 이 영수증들은 대부분 바로 카운트의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카운터 옆 쓰레기통에 버려진 영수증만 봐도 그날의 매출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매장 직원들의 이야기다.


종이의 낭비가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렇게 무심히 버려지는 종이의 원료는 잘 아는 대로 나무다. 이렇게 무가치하게 마구 버려지는 종이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일부에서는 종이사용을 줄이는 페이퍼리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자업계 등 일부에서는 낭비되는 종이사용을 줄이고 전자종이 등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처럼 여러 업계에서의 페이퍼리스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은행권이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페이퍼리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어서 페이퍼리스로 인한 종이감소와 이로 인한 제지업계의 어려움은 갈수록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쇄용지 감소로 달력, 다이어리 특수 실종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종이의 영향력을 점차 줄어들게 만든다. 때문에 인쇄용지의 감소는 더해지고 있다. 아울러 인쇄용지의 감소는 인쇄업계의 모처럼의 대목인 달력, 다이어리 등의 특수가 실종되게 했으며 이로 인해 인쇄용지 수요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보통 인쇄업계는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 달력과 다이어리 등의 제작주문이 밀려 대목을 맞게 되며 이때 인쇄용지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이때의 인쇄용지 수요량이 전 분기에 비해 15~20% 증가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5년여 전부터 이러한 흐름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2012년 10월과 11월의 인쇄용지 합계 내수량은 33만 7,8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하락한 데 이어 2013년 31만 9,295톤으로 5.5%, 2014년 31만 849만톤으로 2.6% 축소됐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내 굴지의 제지사인 A사 인쇄용지 생산 및 판매현황을 보면 인쇄용지 내수 수요는 9월 대비 9%가 증가한 10만 2,000톤을 기록했으나 2014년 10월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8%인 9,000톤이 감소했다.

즉 지난해 10월 내수 수요는 9월보다는 증가했지만 9월까지 누계수요가 전년 대비 2.8% 감소한 데 비해 감소폭이 증가해 성수기임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종이 중에서 신문용지와 인쇄용지는 ‘디지털쇼크’의 현실화 앞에 부진한 성적을 거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14년 제지산업통계연보에 의하면 2003∼2013년 국내 제지현황에서 교과서나 일반서적 인쇄용으로 쓰이는 백상지 생산이 54만 3,760톤에서 54만 1,500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내수는 같은 기간 53만 5,050톤에서 42만 4,850톤으로 20.6%(11만 2,00톤)나 줄어 정보기술 발달이 페이퍼리스 현상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지업계 현실적 대안


사무실에서 기존에 종이로 사용하던 각종 신청서, 계약서 등의 문서가 이제는 손쉽게 사용이 가능한 전자문서로 대처되고 웹이나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문서조회 및 작성, 전자서명으로 종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가능하게 하는 전자문서 개발 솔루션들이 선보이고 있다.


은행과 증권, 병원 등 여러 직종에서 종이서류 대신 전자문서로 대처하는 작업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무실에 종이서류가 필요 없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능 좋은 디지털 프린터기 등의 출현과, 종이 출력이 꼭 필요한 분야에서의 이용 등으로 종이사용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종이의 사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은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제지사들은 페이퍼리스로 인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인쇄용지 대신 다른 특수지 생산으로 사업방향을 틀면서 생존을 위한 활로모색에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2013년 장항공장에 약 200억 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해 총 18만 톤 규모의 감열지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특수지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오고 있다.


또한 덴마크 감열지 가공·유통업체인 샤데스와 네덜란드 레이벌링 최대 생산·공급업체인 텔롤 인수 등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무림페이퍼는 디지털지, 레이벌지, 잉크젯 용지 등 고수익 지종으로 업종 전환을 꾀하고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14년 5월 330억 원을 투자해 진주공장 2호기 설비를 개조했다.


아울러 향후 미래지종으로 레이벌지, 디지털용지, 식품용지로 정하고 차세대 주력지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복사지 1위 업체인 한국제지도 2013년 중국 특수지 사업자인 국일제지 장가항유한공사를 인수해 스테인레스 스틸용간지, 박리지 대지, 고급 레이벌지 생산능력을 갖췄다.

특수지 전문의 삼화제지(주)는 ‘한국 최초의 특수지 전문회사’라는 프리미엄 아래 그동안 레자크, 마매이드, 탄트 등의 특수제지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나름의 대안으로 위기탈출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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