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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3-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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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계가 어렵다는 소리는 한 두 해에 걸쳐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물론 국제 도서전에 한국관을 개설하고 출판한류를 모색하는 ‘K-Book’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판사는 어렵고 문을 닫는 출판사도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몇 년 전부터 우리 출판계에 일부 출판품목이 베스트셀러로서 붐을 조성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컬러링북’이다.

‘어른들의 색칠놀이’로 대변되는 컬러링북은 2013년 이전만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도서다.

여기에다 펜글씨나 연필글씨 등 옛 감성을 자극하는 필사본 책과 다이어리북, 김소월 시집 초판본 등을 그대로 복원한 복각판본 등을 찾는 손길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그동안 8종 가량 출간되던 손글씨의 캘리그래피 도서도 지난해 30종 가까이 출간될 정도로 손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관심이 커진 한 해가 됐다.


소위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역사나 유행은 돌고 반복된다고 하지만 출판계도 이러한 영향 아래 예전과 다른 열풍이 불면서 일부에서는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때문에 이처럼 올해도 아날로그 감성이 가미된 도서들이 보다 활발해지며 책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지난해보다 더 깊어지면서 올해 이러한 도서들이 더 많이 출간될 것으로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망했다.



출판, 힐링과 아날로그 감성붐 조성


근래 우리 출판계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으로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의 경우 2014년에 비해 6.8배나 판매 상승하며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컬러링북은 ‘안티 스트레스북’의 개념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혼자 색칠하고 잡념을 해소하도록 했다. 시대의 조류를 잘 읽은 작가와 출판사의 기획물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문제는 출판계의 유행은 보통 이런 식이라는 데 있다. 어떤 한 책이 크게 이슈가 되면 그 책과 비슷한 내용 혹은 비슷한 제목, 디자인으로 포장돼 연이어 쏟아진다.

이는 곧 파이는 줄어드는데도 책의 종수만 늘어나 한편으로는 출판의 출혈이 발생하는 현상을 불러오게 한다. 물론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의 책들과 힐링북들이 과다출판 된다고 해도 내용이 알차게 구성된 것이라면 예외가 되겠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컬러링북의 시초가 된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은 2014년 8월 출간됐다. 스코틀랜드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의 이 책은 2013년 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2개 언어로 번역된 가운데 10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그 인기는 국내에 상륙하면서 새로운 유행의 시발점이 됐다. 교보문고의 통계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4년 8월 ‘비밀의 정원’이 출간되기 전까지인 8년 동안 출간됐던 컬러링북은 총 14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4년 8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컬러링북은 올해 들어서까지 500여종 가량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팝업북도 유행을 타고 있다. 이 역시 어른들의 옛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국내에서는 컬러링북만큼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시장이 굳건하게 형성돼 있다. 이 역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시대의 조류를 잘 읽어야


사회가 각박해지고 디지털의 기계 속에서 헤매고 있는 가운데 감성이 메말라가는 자신들을 위해 21세기의 독자들은 이러한 아날로그의 출판물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

이같은 힐링 열풍의 측면에서 다양한 관련 출판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유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을 따라 뒤만 쫓아서는 출판계가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때문에 출판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 우리 사회가 좀더 다양성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예전 ‘아침형인간’에 대한 도서가 인기를 얻으면서 마치 아침형 인간이 모든 이의 ‘삶의 정석’인양 굳어지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독자들의 시각 개선을 요구하는 말인 셈이다. 한편으로 출판계의 한쪽으로 몰리고 치우치는 현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색칠공부, 본떠쓰기, 종이접기, 퍼즐, 퀴즈, 엔딩노트 등이 시니어층의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아이템들에 대해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청춘을 돌아보게 해주면서 인생의 활력을 끼친다”는 평가가 있었다. 특히 손자세대에게는 좋았던 옛 시절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처럼 선도적으로 획기적인 기획물로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것이 출판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지만 말이다.


이 사회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고 지난해보다는 이 열풍이 약간 잠잠해져가는 추세일지라도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소위 ‘컬러링북 이후’ 출판계의 새로운 먹거리 상품이 얼마나 기획되고 있을까? 새로운 형태의 팝업북일까? 또 다른 인문학의 열풍이 사람들의 감성을 사로잡을까? 인터넷 웹툰 만화처럼 또 다른 디지털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장르의 그 무엇이 잠을 깨고 바깥 세상으로 나갈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모로 가도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을 떠나 어느 출판사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독자들의 시각을 끌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해 컬러링북 이후를 선도하게 될까?

국내 출판계에서 시대의 조류를 잘 읽고 이를 반영한 출판물을 내놓음으로 제2의 세계적인 열풍을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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