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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1-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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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나오면 고정관념 바뀌어

요즘 지하철을 타다 보면 전자책이 이따금 눈에 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조만간 전자책이 대세일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일반 종이책을 만들던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실 전자책은 종이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인쇄사와 출판사들에게는 적과 같은 존재이다.
전자책은 e북 스토어에서 책을 다운로드받아 전자기기에 저장해 두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
회사원 박지혜(27) 씨는 틈틈이 가방에서 B5 용지 크기의 전자책을 꺼내든다. 전자책에 읽고 싶은 책을 수십 권 넣어 다니며 읽는다.
박씨는 “종이책은 많아야 두세 권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전자책은 무한정이다”고 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그녀는 올해 초에 남자 친구로부터 전자책을 받았다.
박씨는 “지하철 등에서 전자책을 꺼내보면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며 “그런 시선을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종이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책을 읽는 시대가 왔다. 전자책은 휴대성, 간편성 등을 무기로 종이책을 대체하는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종이책이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과연 전자책은 500년 동안 이어온 ‘종이책 천하’를 깨고 대체(代替) 매체로 등극할 수 있을까.

전자책의 등장

전자책은 10여 년 전부터 주목할 만한 IT 기기로 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만년 기대작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2007년 11월 『킨들』이 나오면서 드디어 전자책은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야심작인 『킨들』은 풍부한 콘텐츠와 온라인 다운로드를 앞세워 출판 시장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무선인터넷으로 아무 때나 콘텐츠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또 신간은 고가, 고전은 저가 판매하고 콘텐츠 다운로드 비용을 무료 제공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킨들』은 출시 2년 만에 2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인기 작가들도 전자출판 대열에 합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내에서도 『킨들』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전자책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대략 7~8종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아이리버의 ‘커버스토리’, 삼성전자의 ‘SNE-60’, 인터파크의 ‘비스킷’ 등이다. 게다가 중소기업 제품들도 가세하고 있다.
노트북보다 작은 5~6인치 스크린을 가진 e북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량의 서적 콘텐츠를 e북에 넣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열어볼 수 있다.
아이리버 홍보팀 관계자는 “전자책은 1천 권 이상의 책을 기기에 저장, 휴대할 수 있다. 또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므로 콘텐츠 다운로드나 신문 보기 등도 손쉽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사전, 메모, MP3, 읽어주기 등의 다양한 부가 기능도 있다. 또 다른 특징은 e-잉크를 사용해 눈의 피로를 최대한 억제했다는 점이다.

1차전, 종이책 완승

종이책의 위기를 몰고 올 것으로 여겨진 전자책이 국내에 나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시장 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판매된 총량이 10만 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판매 부진으로 최근 삼성전자는 e-잉크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전자책 시장은 미국의 전자책 열풍과는 대조적이다.
전국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책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막상 전시해 놓아도 판매량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부터 전자책 코너를 마련한 교보문고도 한 달에 2~3대 정도 나가는 수준이다. 선물용이나 책을 많이 읽는 VIP 고객 위주로 간혹 판매되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부족을 전자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6만 5000권을 보유해 적잖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문제는 베스트셀러나 신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인기 있는 책은 전자책 콘텐츠로 보는 것이 어렵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출판사들의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이나 이권 문제 등으로 전자책 콘텐츠 개발에 소극적이다”고 했다.
종이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충성도도 전자책 부진의 원인이다. 사람들이 종이책에 대한 아날로그적 감성에 너무나 익숙한 탓이다.

치열한 2차전 예상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싸움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전자책이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 업계는 향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태블릿 PC이다. 애플의 아이패드로 촉발된 태블릿 PC 열풍은 기존 e잉크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책을 위협하며 새로운 전자책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태블릿 PC는 기존 전자책의 단점들을 상당히 보완했다. 화려한 컬러에다 독서 기능 외에 인터넷, 동영상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더욱이 책장을 넘기듯이 화면을 터치하거나 책장 소리가 나는 방식 등도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e-잉크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들도 가격을 낮추고 좀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30만원대였던 전자책들이 대부분 20만원대로 가격이 내렸고, 최근에는 10만원대까지 출시됐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태블릿 PC 출현으로 전자책 시장 규모가 커지겠지만 기존 전자책 시장도 일부 잠식할 것으로 보고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책의 미래를 놓고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 교수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종이책은 5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며 “아이패드와 e북 단말기에 기반을 둔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해 주류 매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책이 주류가 되려면 사람들 손에 익숙해지고 전자책을 통한 지식 습득이 종이책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이 생길 때도 도서관이 없어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호기심으로 잠시 전자책이 유행을 탈 수도 있겠지만 안정기에 접어들면 종이책과 전자책이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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