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05-06 00:00:00
기사수정

20년 동안 디자이너에게 사랑받은 편집 프로그램
미국·일본보다 세 배 비싼 가격이 보급에 걸림돌

모바일 기능까지 가능

지난 달 쿼크 사는 데스크탑용 출판 소프트웨어 쿼크익스프레스9를 내놓았다.
이번에 나온 쿼크익스프레스9는 스마트폰 환경에 맞게 인쇄뿐만 아니라 웹, 플래시,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어플리케이션 제작이 가능하도록 여러 지원을 기능하는 첨단 소프트웨어가 되어 있었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의 대다수 디자인 회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1992년도에 나온 쿼크익스프레스 3.1이나 1996년에 나온 3.3버전일 것이다.
15년이 지나 쿼크 사에서 버전 9를 내놔도 한국 편집프로그램 현장은 요지부동으로 3.1 또는 3.3만 고집하고 있다.
쿼크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매력은 프로그램 용량이 작고 핵심적인 기능만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량이 작아 처리속도가 빠른데다가 단축키가 손에 익은 디자이너는 그 속도감 때문에 다른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용량이 많은 페이지메이커가 몇 페이지만 넘어가면 버벅거리기 시작하는 걸 생각하면 쿼크는 매우 매력적인 편집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메이커 대신 성공

쿼크 사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이처럼 쿼크익스프레스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있을까. 동시에 3.3버전 이후 그 어떤 신제품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인 것이다. 거의 대다수 회사에서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으니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DTP시장과 쿼크사의 만남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출판시장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보급하기 시작한 회사는 앨렉스컴퓨터 사였다.
앨렉스는 당시 매킨토시로 DTP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매킨토시용 편집프로그램과 포토샵, 일러스트를 설치하여 지금으로 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판매하였다.
앨렉스 입장에서는 컴퓨터 및 교정기+편집소프트웨어 +포토샵+일러스트+폰트 가격을 소비자가로 환산하니 20년 전 가격으로 6백만원에서 1천만원이 훌쩍 넘어갔다.
앨렉스가 처음부터 매킨토시에 쿼크익스프레스를 탑재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앨렉스는 어도비사의 페이지메이커와 포토샵, 일러스트를 도입하려 했다. 세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내비게이션도 비슷하여 통일감 있는 DTP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난관이 생겼다. 포토샵과 일러스트 프로그램은 협상이 잘 됐는데 페이지메이커의 가격이 너무 높아 채산성에 문제가 생겼다.
앨렉스는 미국의 다른 편집 프로그램을 수소문한 결과 발견한 것이 바로 쿼크익스프레스였다. 당시 쿼크 사는 한 낡은 건물 2층에 조그만 사무실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였는데, 좋은 조건에서 매킨토시용 편집프로그램인 쿼크익스프레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타로 나와서 홈런을 친 것이다.

높은 가격이 복제품 양산

이것이 한국의 편집 레이아웃 프로그램이 쿼크익스프레스로 표준화(?) 되어 버린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렇지만 한국 시장을 평정한 쿼크익스프레스는 비현실적인 높은 가격 때문에 한국 쿼크익스프레스 시장이 복사제품의 천지가 되어 버렸다.
쿼크익스프레스 가격만 놓고 봤을 때도 국내 소비자는 미국과 일본 소비자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정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이 문제는 한 네티즌의 문제제기로 크게 불거졌다. 미국과 일본에서 700달러(당시 환율로 약 90만원)이면 정품 구매가 가능하던 프로그램이 바다 건너 한국 땅에 상륙하는 순간 1,930달러(2백18만9천원)이 되어 버렸다. 업그레이드 가격도 미국과 일본은 264달러였지만 한국판은 705달러였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했을 때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이처럼 일본의 세 배나 되는 가격에 구매해야 했으니 아무리 탁월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이 나와도 수요가 생길 리가 없었던 것이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korpin.com/news/view.php?idx=624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사이드배너_06 microsoft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