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도 관세에 충격파
내수 경제 부진 '설상가상’
인쇄업계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의 변화가 명암을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이 지난 7일 발효됨에 따라 보호 무역 강화 기조 속 글로벌 자유 무역 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인쇄물 수출은 전체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제일 많은 수출을 기록하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다소 감소했으며 앞으로의 추세도 안개 속에 있다. 또한 상호 관세에 따른 원자재가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쇄업계는 가뜩이나 내수가 어려운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가중, 업체간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와 중에 인쇄물 수출마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상공인 시장 진흥 공단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상공인 시장 경기 동향(BSI) 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기준 다음달(8월) 경기를 전망하는 지수가 3달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이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의 사용에 따른 기대에 힘입은 것으로 실제로 인쇄업계에 어느 정도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대미 수출 지난 2024년 상반기대비 소폭 감소
올해 상반기 인쇄물 수출을 들여다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으로의 수출은 벌써 소폭 감소한 모양새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인쇄물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인쇄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2억 1,118만 달러, 수입액은 2.3% 감소한 1억 2,956만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 규모는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수출 강세 국가로 2025년 상반기에도 전체 수출액의 26.1%를 차지하며 5,501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으로의 상반기 수출은 지난 2024년 수출액과 비교해보면 2024년 상반기 5,806만 달러였던 것에 대비해 5.3%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향이 앞으로 미국 수출 시장에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은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소비 심리 악화의 요인이 된다. 필요한 상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던 미국 기업이 동일한 예산에서 해당 물품을 수입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물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쇄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인쇄물 수출은 캘린더와 같은 전형적인 인쇄물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 소비재 등의 포장, 홍보, 매뉴얼 등에 걸쳐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 관세 정책이 미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하는 전반적 인쇄물 수요의 직간접적인 하락을 불러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원자재가 잇단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려
원자재 가격도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라 상승이 우려된다. 관세 폭등이 다른 국가로 번질 경우 외국에서 수입하는 종이, 잉크, 판재 등의 원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제3국을 경유하는 ‘환적’ 상품에 최대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시행돼 전 세계 수입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미국이 부품이나 원자재까지 추적해 고율 관세를 매길 경우 제조업계는 수년간 공급망을 재편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인쇄업계에서도 제지 및 잉크 등 원자재가는 매년 계속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인쇄 단가는 벌써 20여 년째 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도리어 인쇄 단가가 지난 2005년 조달청 인쇄 기준 요금에도 못 미친다는 소리까지 회자되고 있다. 인쇄물이 줄어드는 실정에서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폐업을 할 수는 없으니 설비를 중단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낮은 단가라도 인쇄물을 수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쇄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쇄 기준 요금 재지정과 인쇄 단가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고 인쇄 단체들도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제지업계, 중국산 제품 유입가속화 될까 우려
제지업계도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실적 둔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높은 관세 적용에 따라 가격 경쟁력 약화와 함께 저렴한 중국산 제품 국내 유입이 우려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리나라 제지업계는 지난 4월부터 관세 10%를 적용받던 입장에서 상호 관세가 지난 7일 15%로 새로 상향 조정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심한 품목 중 하나"라며 "관세 정책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제지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관세 장벽으로 수출길이 막힌 값싼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 내수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지업계는 미국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혜를 입어왔지만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복합 리스크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